자본주의 키즈의 반자본적의적 분투기
🔖 물질 그 자체가 오늘날의 사회에서 ‘힘’으로 존재하는 것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다만 ‘요즘 애들’이 갈망하는 돈은 다른 사람을 마치 시종처럼 부리고, 경쟁의 피라미드 윗단에 올라 우월감을 과시하며 가지지 못한 이들을 내려다보기 위한 것이 아니다. 회사, 타인, 월세방 집주인, 혹은 가족 구성원 등 그 어떤 타인으로부터 나의 생각이나 영역을 침범당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형태로 원하는 삶을 꾸려나가기 위한 ‘충분조건’일 뿐이다. 그러니까 내 또래에게 돈은 ‘나의 자율성’을 확보하는 방어적 수단인 셈이다.
새벽에는 마치 ‘무소유’의 태도로 명상과 요가를 하지만, 오전 9시가 되면 월가의 트레이더라도 된 것처럼 주식을 들여다보는 모습에 누군가는 ‘모순’이라는 잣대를 들이댈 수도 있겠다. 하지만 판이한 두 행동의 기저에는 무척이나 간단하고 일관된 명제가 깔려 있다. 나라는 작은 존재가 도무지 어찌할 수 없는 큰 구조에 속절없이 휘둘리지 않고, 그저 나로 존재하기 위해 일상 속에서 분투할 것. 구체제를 전복하고 신체제를 세울 명분도, 의지도, 힘도 없기에 지금의 테두리 안에서 안락한 요새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우리가 명상과 요가를 하며 비움을 실천하면서도 동시에 물신을 숭배하는 까닭이다.